개별화교육프로그램과의 지난 노력

  1984년부터 장애유아를 위한 특수교사로 일하면서부터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은 매년 아이들을 위해서 작성해야 했던 과제였다. 처음 교사를 시작할 때, 담당한 조기교육실에 장애아동 열 명에 특수교사가 두 명 그리고 지원교사가 두 명 있었다. 특히 다른 특수교사가 유능한 선배여서 그 선배와 발달영역을 나누어서 관찰하고 평가해서 한 아동에 대한 종합적인 현행수준을 작성하는 등의 과정으로 개별화프로그램을 만들어 갔다. 실행할 때에도 영역을 나누어서 시행하면서 같이 실행평가를 매일 하였다. 교사생활 처음에 도와주고 함께하는 지원자인 선배와의 동행은 참 즐거운 교사경험의 시작이었다.

  이때 매일의 수업은 재미있었지만 참고할 자료가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서 안예도 신부님(당시 청주 갈릴리집 원장)이 가져다주신 ‘포테이지 아동발달 지침서’를 일 년간 번역해서 사용하고 1985년에 출판하였다. 그 뒤에 이 지침서를 사용해서 조기교육을 가정에서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엄마, 아빠 할 수 있어’라는 시청각 교재 시리즈와 교수자료도 약 3년에 걸쳐 제작하였다. 이를 1990년 ‘포테이지’시가 있는 미국의 위스콘신 주 매디슨 대학교 ‘포테이지 세계학회’에서 발표하는 기회도 생겼다. 일련의 번역과 실제 적용 및 발표를 통한 나눔의 과정은 다양한 발달영역별 지도서와 ‘캐롤라이나 교육과정’ 출간 등으로 계속되었다.

1997년까지의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은 그 대상이 유아이건 영아이건 간에 장애 영유아만 교육하는 학급환경과 가정에서의 1:1 지도상황을 중심으로 작성하면 되었다. 1998년부터 통합 어린이집 원장을 하면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의 목표들을 활동 내에서 상중하 수준별로 적용했던 특수교육 환경과는 달리, 일반유아교육과정 내에서 일과와 활동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통합된 장애아동의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기는 약 10여 년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어떻게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의 단기목표를 일반유아교육과정 내에서 시행해야 하는지, 학급 내의 진행과정과 장애유아의 단기목표의 수준 차이를 어떻게 연계해 나갈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서 어려웠다. 그래서 통합상황에서의 개별화교육프로그램 시행방법을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통합 관련 박사공부를 해야겠다고 느꼈고,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진학을 했다.

박사과정에서의 공부는 통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박사가 된 다음에도 학급 내에서의 개별화교육프로그램 시행방법이라는 실제와 관련된 과제는 고스란히 다시 남게 되었다. 2003년에 특수교육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미국의 유아특수교육학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학회 앞뒤에 열리는 사전과 사후 워크숍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거기서 미국에서의 오랜 현장연구를 거쳐서 탄생한 통합상황에서의 유아특수교육 시행모형인 ‘Building Blocks Model’이 소개되었고, 이를 접하는 순간 ‘아, 현장의 고민은 미국이나 우리나 똑같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잘 못 알아듣는 영어로 된 강연을 열심히 듣고 왔다.

우리나라에 와서 미국에서 발표된 내용을 같이 시행해 볼 파트너 기관을 찾았다. 그 파트너 기관인 목련어린이집과 3년여의 적용과 평가를 거쳐서 그간의 내용

을 정리해서 『장애유아 통합기관 운영의 A to Z』라는 책으로 2007년 초에 출판하였다. 이 책을 내게 된 사연은, 프로그램 시행을 조금 알 만하면 교사들이 자꾸 그만두었다. 그래서 새로 오는 신입교사들에게 그 기관의 프로그램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 자료를 만들었다가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 기관에서 시행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의 작성과 시행방법을 2005년 통합 프로그램을 시행한 여러 삼성어린이집에서도 적용해 보고 그 성과를 확인하게 되어서 책으로 낼 자신이 생겼던 것 같다.

2006년 말에서 2009년 초까지 진행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장애아통합보육지원사업’에서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이론과 실제를 혼합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2010년 한국보육진흥원의 ‘장애아보육 운영 매뉴얼과 교사실무 매뉴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맥락을 유지하였다. 일련의 진행과정을 통해서 통합에서의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은 이제 그 내용과 운영은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연구자의 임무는 완료되었고 그 최종성과는 실행을 하는 기관의 몫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실행기관이 제시된 내용대로 잘 운영하면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이 적절하게 시행되는 것이고, 아니면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은 그 이름만 있고 실제는 없고 성과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연구과제에서 이 부분은 내려놓았다.

그런데 2013년부터 ‘장애아동복지지원법(2011)’에 의거해서 장애영유아보육교사를 위한 교과목에 ‘개별화교육프로그램(개별화교육계획안)’을 무슨 교재로 강의하냐는 질문들이 들어왔다. 그래서 그 이전의 책과 매뉴얼 등을 소개했지만 과목명의 책제목이 아니어서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파트너로 일했던 장지윤, 유연주 선생님과 함께 이론과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교재형식으로 강의하기 편하게 구성해서 집필해 보기로 했다. 이론적 기초인 제1장에서 4장까지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의 내용이 들어가는 제5장부터는 각 장의 이론이 나오고 연이어서 이를 실제에 반영한 두 명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각 기관에서 하고 모든 것은 시행기관과 교사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서 최소한 기본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것 위주로 사례를 작성하였다.

28년간의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노력의 결과물인 이 책의 출판에 도움을 주신 공동체 출판사와 현장에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던 공동저자인 사랑하는 장지윤, 유연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이 책 내용의 토대가 되었던 개별화교육프로그램 관련 책자에 함께했던 신 영 원장님, 강지현 선생님, 김수진 교수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장애영유아를 위한 여정에 함께하셨던 모든 동료분들, 감사합니다!!!”

2018년 1월

조윤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