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년 이상을 교육과 연구직에 봉직하고, 이를 마무리하는 정해진 시점에 와 있다. 공식적인 연구활동의 출발점을 대학원에 진학한 1981년으로 보느냐, 아니면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으로 입사한 1984년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문적인 연구활동에 매달린 기간은 3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학 졸업 이후 군복무와 짧은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다소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국책연구소에 뛰어들어 연구와 인연을 맺고, 연구소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강의와 연구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손에서 떼어 놓지 못하였다. 연구소에서의 전임 연구원 생활을 바탕으로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는 교수 생활을 이제 공식적으로 끝내는 정해진 시점에 와 있는데 우연히도 연구소에서 활동한 기간과 대학 강단에 선 기간이 비슷하다.

그간 나름대로 부족함이 없이 연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구소와 대학에서 지낸 기간 동안 여러 행운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들어 보자면, 우선 가장 큰 행운은 극히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연구와 동떨어진 외도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잠시 그런 유혹에 빠진 적도 없지 않았지만 한사코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곤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연구를 단절시키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다음으로 내가 연구를 쫓아가기보다는 연구가 나를 쫓아왔다는 점이다. 특히 대학으로 옮겨 온 이후에 연구과제가 쫓아온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로 인하여 연구소나 대학에서 과중한 연구부담에 시달렸지만 항상 연구거리가 옆에 있어서 다행스럽게 곁눈 팔고, 무료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아울러 연구와 가까운 일들을 지속적으로 맡아 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행운이다. 대학에서 재임하는 거의 모든 기간에 연구소 책임자로 활동하였으며, 두 개의 학회 회장의 소임을 맡을 수 있었다. 물론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크고 작은 여러 공모과제에 성공적으로 선정되었다. 대규모 정부재정지원 사업인 NURI 사업, BK21 사업, 국가 지원 중점연구소 등의 책임자로서의 영광도 찾아왔다.

오랜 기간 연구에 몰입하고 여러 행운이 있었으나 연구업적은 보잘것없고, 그렇게 매달려 왔던 교육과 연구도 아직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새로운 출발점으로 많은 망설임 끝에 학술지에 발표한 몇 편의 논문을 모아 일종의 논문 모음 저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어떤 논문을 선정할까 고심하였는데, 가장 아끼는 논문보다는 그동안 씨름해 왔던 영역, 활용한 방법론, 발표연도 차원에서 고르게 발췌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농촌교육 연구에 매진하였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지원 연구비로 별도의 출간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제외시켰다. 1부에서는 한국 교육행정학의 학문적 성격과 연구성과, 2부에서는 공공 선택 정책 이론과 대안적 기획 이론, 3부에서는 학교 운영의 자율, 참여, 문화, 4부에서는 교원 교육과 평가, 5부에서는 교육복지의 쟁점과 과제, 6부에서는 지방교육의 발전, 그리고 7부에서는 고등교육 연구 및 정책 등을 다루고 있다. 어떤 논문들은 1990년대 말에 발표한 것으로 지금의 시점에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그대로 게재하였다.

아무튼 평범하지만 마음이 담긴 몇 편의 논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교수생활의 증표로 내놓게 되어 영광스럽다. 나와 인연을 맺고 이미 경험하셨거나 언젠가는 이 자리에 서실 분들에게 드리는 인사말씀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아쉬움이 크지만 연구소와 대학에 머물렀던 삶과 성찰의 흔적으로 삼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그동안 묵묵히 격려해 준 아내와 혜원, 혜인, 재동, 시우 그리고 학부와 대학원의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또한 논문 파일을 보완해 준 대전대 정현용 교수와 교정을 도와준 박사 과정 곽효정, 신정은 선생 아울러 선뜻 출판을 맡아 주신 김동훈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금강가 연구실에서

임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