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순간... 그 순간들이 모여 나의 삶이 됩니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을 불러 놓고 선생님놀이 하던 그 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1950년 후반,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매일매일이 아주 특별한 일상으로 다가오던, 연두반 유치원 어린이들이 내 삶의 모두였던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1980년 중반, 자인유치원 3세 연두반 교사시절의 이야기)

  황무지 같았던 유아교육현장의 지쳐 있던 현직 유아교육 교사들이 나로 인해, 조그만 빛을 발견하고기뻐 뛰며 신나서 돌아가던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1980년 후반~1990년 초반, ‘한국어린이육영회 유아교육 교원연수원’ 교수 재직 시절의 이야기)

이런 순간들이 모여 오늘, 지금, 내삶 속에 가르침과 배움의 여정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나의 바라봄으로 인해 더욱 가치 있어지길 바라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앉아 있던 천안대학교 유아교육과 제1회 학생들 삶의 모든 순간이 가치 있으며, 그 삶의 순간들을 들여다보고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교수가 “나일 수 있다면!” 더욱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1990년 후반... 현 백석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부임하여 얼음장 같은 학생들로 인해 첫해 눈물로 지새던 교수시절의 이야기)

이런 순간들이 모여
오늘, 지금, 내 삶 속에
가르침과 배움의 여정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작을 위한 이야기

  지난 20년... 긴 세월... 어린이들 삶의 교육현장에 미술이라는 화두를 던져놓고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였으나, 아직도 해답을 얻지 못하고 여정에서 내립니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고민하며 살아왔던 그 여정에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 조각 한 조각씩 엮어서 글로 표현된 우리들의 생각으로 여기에 담았습니다.
  이 생각들은 수많은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어렵게... 또는 친근하게... 답이 있는 줄 알고 먼 길을 돌아 왔지만, 결국 어린이와 함께 가야 할 교육(삶의 여정)은...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희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가야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들여 함께 쌓아 온 우리의 ‘어린이를 위한 미술교육’이 뜨거운 태양 아래 내다놓은 달콤한 케이크처럼 쉽게 녹아 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우리는, 미술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그래서 잘할 수 있는 소수집단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제는, 숨을 쉬듯 소통하며... 귀 기울이며...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고, 어린이와 만나려고 다가갈 때, 양쪽 주머니에 담고 가야 할 무기이자 보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여정에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었네...

오늘도 좋은 날!
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높은 곳으로 가자.
마음을 열고... 듣고 또 듣고, 보고 또 보고
나를 나답게 드러내고... 내 삶의 주인으로!

어느새 ‘어린이’라는 빛이 들어와서 빛과 같은 앎으로
늘 달리 새롭게 나와 마주하고 너와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어린이와 또!

감사의 말

  미국의 한 선교사가 이 땅에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뿌리내린 이화 교육공동체 속에서 저를 성장하게 해주셨던 은사님들, 선배님들, 그리고 후배들께...
  세상의 많은 직업 중에 어린이와 동행하며, 그들의 유능함을 배우고 가르치며 나눌 수 있었던 유아교육전공 학생예비교사, 유치원 교사, 연수원 교수, 대학교 교수의 자리에서 때마다 손 내밀어 잡아주시던 귀한 지인들께...
  내게 진정한 유아교육의 눈을 뜨게 해준 말라구찌와 어린 라우라, 그들의 철학을 실천하며 함께 묵묵히 걸어준 유아교육현장의 원장님들, 동료 교수 친구들, 그리고 이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줄 사랑하는 모든 제자들에게...
  이 책을 써내려 가며 이미 스스로 유능한 어린이의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었던 정혜아, 정태준 그리고 내가 만난 어린이들에게...
  매력적인 곰돌이와 어린 독수리를 그려주셔서 제 삶 속에 늘 함께하게 해주신 화가 황유리 님,신속하고 정성 어린 작업과정으로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 주시는 공동체 출판사 가족 여러분, 그리고... 이 여정에서 어려울 때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많은 고민을 함께 해준 김가영과 돕는 제자들(송민주, 이소연, 채주희...) 모두에게...
  하루를 한평생처럼 기다려 주고 믿고 밀어주며 사랑해 준 가족들, 특히 동반자 건우 씨에게...
  마지막으로, 끝까지 열정과 순간의 여유를 놓치지 않고 갈 수 있게 도우시며 부족한 저를 택하여 사명 주시고 능하게 하신 나의 주님께...

깊이깊이 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 학기 동안 이 책과 이렇게 살아보기를...

하나, “어린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공을 던져보자.

• 소박한 어린이 그림으로 다가가서, 그들과 소통하고 귀 기울여 가며,
• 이미 스스로 유능한 어린이와 그들의 앎의 여정에 동행해 보기

둘, “교사는 누구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의 공을 던져보자.

• 가르치고 싶은 생각을 다 내려놓고
• “나”스러운 나와 만나며, 판단 중지하고 어린이와 만나며,
• 의미 있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써내려 가며
•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 매력적인 교사의 길을 걸어가기

셋,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세 번째 공을 던져보자.

• 호기심으로 다가가서 궁리해 보며, 더 멋진 학습의 열쇠 가져보기
• 발견의 놀라움으로 어린이 삶의 현장에 적용, 실천하여 그들 성장을 지원해 보기
• 많은 매체를 즐겁게 다루며, 자기 삶을 써내려 가는 경험해 보기
• 여기저기 어린이 삶의 흔적으로 채워가는 전시공간을 바라보기
•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멋진 공을 내게 던져 답을 찾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