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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도서

바보야, 중요한 건 학습이 아니야

알지만 말하지 않고, 듣지 않고, 보지 않는 평생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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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보면, 교육과 삶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잘 받아야 삶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교육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교육은 지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여겼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바람직한 미래가 온다고 믿었다.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서 해야 하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열심히 하라’는 말에 고무되기만 했다.

  지금, 여기 이런 생각을 한다. 교육은 현상의 인간이 다채롭고 다양한 경험과 관계를 쌓아가며 점점 인간으로 되어가는 전체 과정이다. 이러한 경험과 관계가 공부이다. 배우는 것은 글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문은 이미 만들어진 글을 통해야 하는 학문(學文)이 아니라, 삶과 사회, 역사와 자연의 모든 것에게 물어보아 배우는 학문(學問)이며, 물어보는 대상에 글이 포함된다. 학(學)은때에 맞춰 해야 하며 즐겁고 기쁘지만, 습(習)은 단조롭고 지루한 반복이 토대가 되어 배운 그 내용이 내 몸에 들어오며, 그 내용을 때에 맞춰 실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민망하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도 많고, 특히 전체를 꿰뚫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외롭기도 하다. 주변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 삶과 사회에서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교육은 그저 도구이고 기능이며 결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면, 초·중·고등학교는 소위 SKY에 아이들을 집어넣는 것에만, 대학은 재벌기업에 학생들을 밀어 넣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교육의 기능, 역할, 결과 등이 교육이라고 부르댄다. 사회 전체가 기업의 가치관, 판단기준, 행태가 최고라고 여기며 이를 따르고 내면화하려고 애쓴다. 교육을 통해 기업의 쓸모에 적합한 스펙을 갖추고, 기업이 자신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최고이고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의 생각이 곁을 가질 틈새가 없다. 이 글에 ‘바보야, 중요한 건 학습이 아니야’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이다.
  이 글들은 2016년 후반기부터 ‘평생학습타임즈’에 매주 칼럼으로 실었던 것 중 일부를 추린 것이다. 그동안 풀 뽑고, 채소 심고 거두고, 사람들 만나고, 책 읽으며 느낀 것, 생각한 것, 배운 것을 글과 문장의 짜임새, 표현 등을 재거나 따지지 않고 날것으로 적어둔 것들이 그것이다. 돌아보니 한 주도 빼지 않고 칼럼을 쓴 셈이다. 연륜(年輪)이 두 바퀴 넘어 굴렀다. 슬몃 칼럼의 글들을 모아 이야기를 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바람임을 알지만, 서로 마주앉은 자리에, 느끼지 못하지만 느끼고 있고, 알지 못하지만 알고 있는 삶과 사람, 교육을 불러내는 마중물로 자리하고 싶었다.
  많은 분들과 많은 것들이 이 글을 함께 만들었다. 더할 수 없이 따뜻하고 사람다움을 보여주시는 최운실 교수님, ‘뼈 때리는 내용이 있고 자기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다’며 책 나오면 제일 먼저 사서읽겠다며 칼럼을 책으로 꾸미는 데 힘을 준 평생교육사님들에게 감사드린다. 메마르고 딱딱한 생각과 삶을 다독여 주고 서툰 호미질과 거친 손길을 받아준 풀과 채소 그리고 조팝나무와 꽃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나를 다듬어 주는 관계와 경험의 고마움을 기억한다. 책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울림을 준 공동체 김동근 전무님, 거친 글을 지극한 정성으로 꼼꼼하게 다듬고 매만져 책으로 만들어 준 편집부 김민지 팀장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삶의 씨줄과 날줄을 더불어 엮어가는 각시에게 말과 글로 나타낼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늦봄이 초여름으로 되는 때의 창가에서
2019. 6
김 창 엽

 

PART 01 평생교육사는 불경(不敬)스러워야 한다

성인의 본디 뜻과 성인학습 12
교육의 본질은 제도와 형태가 아니다 14
하나로 통하는 공부(功扶)와 교육 16
메기효과와 평생교육의 실천 18
평생교육은 야단법석에 자리해야 한다 22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가름을 넘어 24
가까이서부터 생각하고 물어봐야 하는 공부 26
기계적 중립성을 넘어서 교육의 자리 찾기 29
복어를 먹으려면 먼저 독을 빼야 한다 32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것은 아니었나 35
자유의 과정으로서 지역사회 발전, 지역사회 발전의 목표로서 자유 38
위록지마(謂鹿止馬) 시대의 세상읽기 40
발상의 전환을 넘어선 발상의 전환 43
눈을 뜨면 한낮이다 47
전쟁의 북소리에 춤추지 않는 교육 50
현대문명의 종말에 기여하는 교육 54
조율(調律)은 음악(音樂)이 아니다 58
‘나만의 삶의 질’인가 ‘모두의 삶의 질’인가 61
평생교육의 생태주의 지향 64
새롭게 톺아보는 충·효·예의 뜻과 내용 68
평생교육은 공교육인가 72
평생교육사는 불경스러워야 한다! 75
나비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77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과 학습 80
학습의 두 얼굴 : 새롭고 즐거운 배움과 거듭하고 되풀이해야 하는 익힘 83


PART 02 사탕 먹다 이 빠질라

전문성의 주술에 걸린 평생교육 88
놀이와 교육의 본디 뜻 91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평생교육 93
평생교육의 기업사회화, 기업사회의 평생교육화 97
사탕 먹다 이 빠질라 102
일방적 판단과 선의는 폭력이다 104
4차 산업혁명의 세상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108
사립대학의 뿌리와 평생교육 현장의 연리지 113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평생교육 118
평생교육의 개념, 제도, 프로그램의 일관성과 형성배경 122
평생교육은 양 날개로 날고 있었나 126
우리 안의 평생교육 신화 131
헌법에 평생교육 진흥이 기술된 시대 읽기 137
선행학습이 왜곡된 배경과 결과 141
평생교육의 이신론(理神論)과 대낮의 등불 144
학교교육의 팽창에서 느끼는 평생교육의 기시감 149
평생교육과 식민지사관 152
땅에 발 딛고 서야 하는 평생교육의 SDG4 157
평생교육 개념이 중요한 까닭 톺아보기 160
‘허브(HUB)’의 본질로 본 평생교육의 연계활동 164
수평폭력만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교육 167
조장(助長)되는 교육과 조장(助長)하는 교육 171
교육의 과녁은 가시적 성과가 아니다 174
사적 소유의 전제와 제한 177
창조도시의 고갱이는 ‘관용(寬容)’이다 180


PART 03 촛불을 꺼야 별을 볼 수 있다

학습자는 교육상품의 구매자인가, 재공품인가 186
‘근대교육의 한계와 문제 극복’을 주장했던 평생교육의
지금 모습을 짚다 190
동서양의 여성관이 다른 이유 195
실천과 꿈꾸기는 서로 엇걸려야 한다 198
어버이와 스승에게 제대로 감사드리는 길 202
정체성의 정체성 205
촛불을 꺼야 별을 볼 수 있다 207
논어에 이미 있던 황금률 내용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 210
중년세대의 줏대 있는 행복 만들기 214
Feudalism은 봉건제가 아니다 218
서로 통하는 양자역학과 동양사상 221
물에게서 삶을 듣고, 배우다 223
확률의 신화를 넘어서서 봐야 한다 226
점(占)의 기원과 배경 229
AD와 BC 연대구분의 배경과 문화제국주의 232
어렵고 심각한 일을 쉽게 하는 방법 234
자기 욕심은 대의명분 뒤에 숨긴다 236
자기 PR은 관계 맺기에서 시작된다 239
변화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사람에 맞게 변화를 다스려야 한다 241
인간이 만든 절망과 인간이 만드는 희망 244
미래는 꿈꾸지만 아직 그리 되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실천의 쌓임이다 249
인간은 서로 관계가 있고, 이어져 있으므로 홀로 있을 때
삼가야 한다 253
바보야, 중요한 건 학습이 아니야! 255
공감은 선천적 본능이다 259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상식 넘어서기 263


PART 04 절이 싫다고 떠나면 되나, 고쳐 써야지

지역사회 시민교육과 NGO의 손잡기 268
평생교육과 사회정의의 따로 또 같이 272
시민교육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 틀 277
지역사회에서 시민교육을 해야 하는 까닭 285
생활세계와 지역사회 시민교육 287
시민교육의 비빌 언덕 294
지역사회 발전의 목적은 무엇인가 299
되짚어 봐야 하는 평생교육의 디스토피아 303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져오는 만화(萬話) 306
공화국과 국가의 존재 이유 310
해탈하거나 해탈 당하면 안 되는 평생교육 313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자 뺏기 놀이 315
‘어떻게 먹고사는가’와 ‘더불어 먹고살기’ 319
교육과 시민교육 322
교육과 사회 326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전제 329
인간과 인권은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개념인가 332
지속가능한 사회는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336
제도가 제대로 된 철학을 가져야 하는 까닭 339
교육과 정치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진 하나이다 342
자판기형 편의점 시대의 평생교육 344
주주자본주의와 이해당사자자본주의 347
절이 싫으면… 떠나지 말고 고쳐서 쓰자 350
평화는 이미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애써서 만드는 것이다 354
‘누구를 위한 교육’과 ‘어떤 상태를 위한 교육’의 교차로 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