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는 저자가 집필한 사회적경제 시리즈인 “이제는 사회적경제다(2013)”, “사회서비스사업창업경영(2018)”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이제는 사회적경제다”가출간될 때만 해도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서적들은 손꼽을 정도였는데 지금 상당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최근 많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학과와 과목들이 개설되고 있어서 체계적이고 충분한 내용을 담은 사회적기업 관련 교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 제도화 과정이 시작된 것은「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2007년이다. 정부의 일자리정책으로 시작된 사회적기업은 초기에 인건비지원에만 치중하다 보니 사회적기업의 본래 취지나 가치와는 동떨어진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래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예비창업자와 그 외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하려는 독자들은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세 가지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이 세 가지는 이 책의 구성 틀이기도 하다.  첫째, 사회적기업 스펙트럼이다. 사회적기업은 영리조직부터 비영리조직까지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조직 특성을 가진다. 때문에 사업목적에서 이윤추구를 우선에 두는 영리조직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비영리조직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적기업 경영체계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정의하는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모두 포함하지만 조직형태 절반 이상이 상법상 회사이다 보니 실제 사회적기업 지원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 경제적 목적에만 치중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사업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재무수입에서도 기부금이나 후원금 등과 같은 비경제적 수입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러한 비영리조직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교육훈련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다.
  둘째, 사회적기업 조직영역이다. 이 부분과 관련된 국제적인 사회적기업 연구는 크게 제3섹터영역과 사회적경제영역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3섹터영역은 비영리조직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사회부문이고 주로 사회적 목적을 위한 활동을 하는 NGO, 시민사회단체, 자원봉사단체 등을 일컫는다. 반면 사회적경제영역은 화폐경제와 비화폐경제, 비시장경제영역에서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수행하는 영리·비영리조직들을 모두 포함하며, 여기에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대표적 조직이다.
  셋째, 사회적경제 및 사회적기업 이해를 위한 학문적 관점이다. 이는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을 어떤 학문적 기반에서 이해하고 분석하는가와 관련된다. 최근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 이해와 논리적 분석 기반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은 MBA식 경영학을 기본 관점으로 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사회적기업을 비영리기관들이 재정수입을 위해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또는 기업사회공헌에 참여하는 특수한 영리기업으로 보는 미국식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경영학을기본 관점으로 하는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 이해는 경제 외적으로 수행하는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은 역사적으로 유럽에 기원을 두고 있고, 19세기 자본주의 산업화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조집단에서 출발하여 복지국가 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 궤적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이른바 ‘새로운 사회적경제’도 유럽 케인지언 복지국가의 축소와 재편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때문에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본 이해를 위한 관점은 ‘사회복지(사회보장)’이어야 하며, 특히 자본주의 근대국가의 최고 발전 형태인 ‘복지국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복지국가론을 기본 관점으로 하면서 정치경제학과 경영학을 도구적 분석틀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점의 오차는 이해와 분석 차원에서 더 나아가 그 역할규정과 전망에서 커다란 차이를 불러오게 된다.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은 유럽 케인지언 복지국가의 태동, 발전, 축소, 재편과정과 그 맥을 같이한다. 향후 유럽 복지국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의 역할 변화도 함께 이루어질 것이며, 그 변화의 중심에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작동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판매하는 경제적 활동 이외에 복지국가 전성기 동안 국가가 그 기능을 독점해 온 복지급여와 사회서비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학기 강의주차에 맞춰 14장으로 되어 있다. 1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분석과 사회적기업 개념과 발전 과정, 그리고 사회적경제 기초 이해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이 상호작용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계속되는 시장실패가 경제위기의 원인이며 또한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2부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을 다룬다. 사회적기업가는 반드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가정신은 사회적기업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이며 동력이다. 특히 ‘7장 지속가능한 사회와 사회적기업가의 역할’은 그동안 사회적기업에서 다루지 않았던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내용이며, 사회적기업가는 어떻게 지속가능성 문제를 실천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을 담고 있다.
  3부는 사회적기업 경영에 필요한 중요한 다섯 가지 요소들에 관한 내용이다. 소셜 비즈니스, 사회적회계, 인적자원관리, 사회성과평가, 거버넌스 등은 사회적기업 경영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다. ‘9장 사회적회계’ 내용은 저자가 2015년에 번역한 책을 요약한 해제이다. 당시 원서의 출판사와 판권계약을 맺었으나 국내 출판사 사정으로 책을 출간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만 이번에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실을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4부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역사적 효시인 도시빈민운동과 자활사업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가치 있는 내용일 것이다.
  마지막 4부 사회적기업의 역사 부분을 집필하면서 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신학대학 4학년 때부터 당시 인천지역 달동네였던 송림동의 한 민중교회에서 기거하면서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했던 그때가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 그 시절의 흔적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나름 자긍심을 갖게 된다.
  저자가 집필한 책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늘 도움을 아끼지 않는 공동체출판사 김동근 전무님께 감사드리며, 편집과 출판을 위해 애써주신 공동체 가족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오랜 기간 독일에서 사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IT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동생 호영과의 대화에서 사회적기업마케팅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특별히 몇 해 전부터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수행을 하면서 내 삶의 풍요로움을 찾는 과정 중에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수행자 선화당혜령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현대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한계를 깨닫고 홍익인간, 재세이화, 대동세상이라는 우리 민족의 고귀한 지혜유산을 품고 새로운 문명사회를 이루기 위해 공부하며 실천하는 이 땅의 수행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기해년 단오날
祉山 정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