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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분석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지 약 15년이 지났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오해에서 비롯되듯, 대학원 시절 회귀분석으로 사회현상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매우 순진한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사회여론조사, 마케팅리서치 등 서베이부터 학술통계 분석, 의학통계, 실험통계, 데이터마이닝, 빅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대학에서 학생과 연구자들, 기관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10년 동안 강의를 하게 되면서 통계분석을 배우고 궁금해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강의를 위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문헌과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쌓아왔던 지식과 경험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은 통계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여 열정으로 가득 찬 학생의 질문에 무너져 버리곤 했습니다.

  “t값이 뭐에요?”

  열정이 넘치던 시절에는 지치지 않고 궁금해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 1시간이 넘도록 정규분포와 t분포, 귀무가설과 대립가설, t-value와 유의확률을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1시간은 나만의 시간이었고 질문한 학생은 아마 기억 속에서 알파벳 ‘t’를 지워버리고 싶었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분명 통계분석은 어려운 학문입니다. 친숙하지 않은 각종 수식에, 살면서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다양한 이론적 분포들. 이러한 친숙하지 않은 것들을 친숙하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최대한 수식을 말로 풀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t값의 공식만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건방진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다시 쓰자”

  그래서 ‘다시 쓰는 통계분석’이라는 부제하에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강조하려 했던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급적 수식을 글로 풀어쓰자. 대부분의 통계학습자가 그렇겠지만 저자 역시 각종 통계량의 수식과 통계적 개념을 이해하기 전에 외웠고, 외우기 위해 증명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의 표현을 외우기만 했지 왜 귀무가설을 통계적 판단의 기준으로 정했는지 고민은 적었습니다. 분석의 가정에 의해 정규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여 정규성 검정은 하는데 왜 정규성을 띠어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정규분포의 개념과 특징, 확률의 개념보다 정규분포가 발견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정립된 수식은 인간의 사고를 체계화한 것이지 수식이 먼저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수식 자체가 아니라 수식의 의미를 풀어서 쓰고자 노력한 책입니다.

  둘째, 분석방법을 엮어보고 정리하는 책이 되도록 하자. 각각의 통계분석 기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실제로는 여러 분석들을 활용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연습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자 역시 각각의 통계분석 기법은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대학원 시절, 우연한 기회로 분석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1개월간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보름간 컴퓨터 앞에서 아무런 분석도 하지 못하고 커서(cursor)만 바라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통계분석은 진정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에 딱 들어맞는 분야입니다. 교차분석, t/F검정, 상관관계분석, 회귀분석 등 각각의 기법을 아는 것과 이들 분석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학술연구나 보고서를 작성할 줄 아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래서 본 서는 부록에 실은 ‘영화관 만족도 조사’라는 하나의 연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례분석으로 실습하면서 하나의 보배를 처음 만들어 가는 연습과정으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셋째, 학습자에게 분석과정을 동영상으로 제공하자. 통계분석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의 공통된 고민은 책으로 배우다가 한 단계에서 막히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컴퓨터에 친숙하지 못한 세대일수록 분석도구 다루기에 대한 거부감과 한 번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은 생각보다 큰 상처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책과 함께 동영상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기본통계분석, 고급회귀분석, 구조방정식모델분석 ‘다시 쓰는 통계분석 시리즈’ 3권의 책을 동시에 집필하는 작업은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은 지난 반년이었습니다. 또한 본연의 집필 목적이 책에 잘반영이 되었는지 걱정과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분석과 통계적 사고라는 영역에, 조금이라도 더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을 쓰는 몇 개월 동안 회사 대표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방관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회사를 발전시켜 준 와이즈인컴퍼니 식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곁에 계셨다면 가장 자랑스러워하셨을 어머니와 가족을 위해 평생을 보내신 아버지가 계셨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항상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장모님과 장인어른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생에 나의 가장 큰 복(福)인 아내 수연이와 딸 지아, 아들 지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2019년 9월
김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