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logo2.png
오늘 본 도서

사회복지역사


  • 강의자료
  • 구매하기
  • 장바구니
  • ebook 구매
 

 보다 나은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며 늘 품고 있는 물음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바로 저 질문을 염두에 두면서 사회복지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를 내놓지 않더라도, 과거는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재료다. 여기서 과거라는 단어를 역사로 바꾸면 첫 줄 질문의 도움말이 보인다. 과거, 현재, 미래를 띠로 연결하고 있는 역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쓸모 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예를 들어보자.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흑사병이 있다.
 1350년 무렵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흑사병. 참혹한 재앙이라는 표현으로도 다 설명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덮친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과 무척 닮아 있다. 흑사병에 속수무책이었던 유럽에서는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들을 마을 밖 수용소에 배치했고, 출입하는 사람과 물건도 일정 기간 격리시켰다. 1377년, 라구사공화국은 흑사병이 유행하는 주변 섬에서 온 사람들과 물자를 30일간 격리하는 제도도 정식으로 도입했는데, 이것이 1397년에 40일(quarantenaria)로 늘어나 오늘날 검역(quarantine)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14일 격리, 생활방역, 개인 위생…… 전 세계인들이 24시간 듣고 보는 이런 조치들조차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것이다. 만약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 바로 그때, 대재앙과 같은 감염병에 대처했던 역사를 되짚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잘 살펴보았다면 지금 우리나라, 세계의 모습은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단적인 예였지만, 이 사례 하나로도 역사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일들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데 쓸 수 있는 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질문, 보다 나은 복지국가를 만드는 방법 역시 역사 속에서 지금, 여기를 설명할 수 있어야 그 해답이 보인다.
 근․현대로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생략된 것을 알 수 있다. 일제 침탈과 한국전쟁이라는 아픔을 딛고 일어나 하루빨리 잘살고 싶었고,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싶었기에 오래 궁리하지 못한 채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정책이 만들어진 끝에 지금이 있다.
 정성과 노력을 들여 고민하지 못한 결과는 꽤 혹독했다. 든든하게 보였던 사회안전망은 IMF 외환위기에 맞서보기도 전, 군데군데 금 간 채 적나라한 한계를 보였다. 뿐만 아니다. 짧게 잡아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열거할 수 없도록 많은 재난과 위험을 겪고 있지만 피해자만 존재할 뿐 반면 교사로 만들어진 튼튼한 정책 울타리는 아직도 아쉽다.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2018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해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구분되는 차별, 빈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흙수저, 삼포세대, 심지어 N포세대로 스스로를 일컬으며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에 버려진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가 되어버렸다.
 이런 오늘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도대체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앞만 보며 내달리던 대한민국이라는 고속열차를 잠시 멈추고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 진지하게 되짚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다름 아니라 삶의 질,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비로소 온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머리 이야깃거리로 등장하였다. 이런 목소리와 움직임들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역사가 말하는 실마리를 빨리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너무 늦진 않았다’는 생각으로 다시 힘을 내게 된다.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의 해답을 찾는 일을 시작하면서 조심스럽게 사회복지와 역사를 엮어나가고자 한다. 이 책은 복지정책이 그저 선심 쓰듯 나눠주는 선물이 되지 않기 위해, 복지가 단지 보수와 진보 간 해묵은 논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역사가 말하는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데서 출발했다. ‘사회복지역사’ 공부를 위한 길잡이가 되고, 복지국가를 궁금해하는 대중들이 사회복지역사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쓰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회복지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다루었다. 두 번째, 복지국가라고 하면 독자들마다 조금씩 다른 나라들을 생각할 수 있지만, 중세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여러 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영국과 현대 복지국가의 모델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사회복지역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세 번째, 복지국가의 성장과 재편과정을 해당 시기를 중심으로 사례로 연결하며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역사를 분석하여 한국 사회복지의 오늘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집중하여 읽기를 권한다. 다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만 외우고 지나가지 말아야 한다. 역사 속 복지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의 원인과 배경, 그러한 것들이 바꿔놓은 정책과 시대의 모습을 이 책에서 찾아 엮어 ‘이야기’를 만들면서 읽는다면 재미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흥미에 맞는 주제를 찾아 읽기 시작하여도 좋다. 가령 스웨덴이 복지국가로 영글어진 과정이 궁금하다면 스웨덴 편을 먼저 읽은 후, 우리나라 역사를 읽으며 닮고 다른 점을 비교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쓰는 내내 스승이신 김영화 교수님이 자주 떠올랐다.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정년을 마친 후 사회복지의 현장으로 다시 나아가, 제대로 된 지역사회서비스 체계를 만들고자 한시도 쉬지 않고 책임을 감내하고 계시는 교수님께 지면을 빌려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올린다. 아울러 지난 2009년 이래 지금까지 사회복지역사 강의실에서 만났던 모든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회복지인을 꿈꾸는 학생들로부터 나왔다. 공동체 출판사의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리며 김민지 편집팀장님의 수고에 힘입어 더 나은 책이 나올 수 있었음을 밝힌다.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복지국가의 나아갈 바를 사회복지역사에서 찾아보자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지만, 여전히 미진하고 부족한 점들이 있다. 이 책이 미처 다루지 못한 국가들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복지역사만 주제로 잡은 이야기를 써야 할 이유도 절실해졌다. 이 모든 것들은 이 책을 통해 얻은 무겁지만 즐거운 과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꼭 마무리하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끝맺고자 한다. 사회복지를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부디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0년 12월
저자 박태정

 


 

PART 01 인간과 국가 그리고 사회복지

CHAPTER 01 사회복지의 이해 13
   1. 들어가는 말 13
   2. 사회복지의 개념 15
   3. 사회복지의 가치 18

CHAPTER 02 왜 사회복지역사를 탐구하는가? 31
   1. 사회복지역사 탐구의 이해 31
   2. 사회복지역사를 설명하는 이론 32
   3. 사회복지역사의 시기 구분 40

PART 02 사회복지역사 탐구Ⅰ:영국

CHAPTER 03 구빈법 역사의 흥망성쇠:등장에서 소멸까지 47
   1. 중세의 사회복지 47
   2. 국가 개입의 시작 51
   3. 통제와 선별에 따른 구빈제도 53
   4. 구빈제도의 확대 57
   5. 낙인과 통제의 부활 그리고 구빈법시대의 종말:1834년 구빈법 61

CHAPTER 04 사회보험의 도입과 확산 73
   1. 사회보험의 태동배경 73
   2. 사회보험제도의 성립과 발달 80
   3. 사회보험제도의 확산 8

CHAPTER 05 사회복지조직과 사회복지 전문화 90
   1. 사회복지조직의 태동과 발전 90
   2. 사회복지 전문직의 등장 95
   3. 사회복지 이론의 전문화 97

PART 03 사회복지역사 탐구Ⅱ:스웨덴

CHAPTER 06 스웨덴 복지국가의 태동 105
   1. 종교개혁과 스웨덴 복지제도 106
   2. 산업화와 스웨덴 복지의 변화 110

CHAPTER 07 근현대 스웨덴 사회복지역사 117
   1. 1900년대~1950년대 117
   2. 1960년대~1990년대 124
   3. 2000년대 이후 130

PART 04 복지국가의 성장과 재편

CHAPTER 08 복지국가의 황금기:1940년대 중반~1970년대 초 141
   1. 시대적 배경 141
   2. 주요 국가별 복지제도의 변화 145

CHAPTER 09 복지국가의 위기 및 재구조화:1970년대 이후 158
   1.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등장 158
   2. 복지제도의 변화와 특징 168

PART 05 한국 사회복지역사의 이해

CHAPTER 10 한국 사회복지역사Ⅰ:고대~조선시대 175
   1. 고조선시대 177
   2. 삼국시대 179
   3. 고려시대 185
   4. 조선시대 192

CHAPTER 11 한국 사회복지역사 Ⅱ:근현대 202
   1. 19세기 이후~일제강점기 202
   2. 미군정기 212
   3. 1950년대~1980년대 216
   4. 1990년대 223
   5. 2000년대 이후 228
   마치는 글 237

■참고문헌 239
■찾아보기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