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장바구니
ebook 구매
이 책은 유치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유치원을 한자로표기하면 ‘幼稚園’이다. 이는 ‘아이들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무와 꽃과 풀, 호수가 있을 것 같은 언덕에서 아이들이 하루 종일 노는 정원을 유치원이라 한다. 유치원이 없었던 어린 시절, 우리는골목에서 놀았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이고 흩어지면서 그 놀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고민했다.
어른 하나 없이도 아이들끼리 부딪치고 다투면서 공동의 놀이를 유지시켰던 힘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에 충분했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의 요구로 저들만의 놀이를 잃어간다. 자유로운 놀이는 삶을 준비하고 배우는 본능적인 행위이며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것은 놀이 속에 ‘배움’이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배움을 통해아이들이 일생을 살아갈 삶의 기술을 습득한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더강한 제재로 그들을 틀 안에 가두려는 것이다.
놀이를 빼앗아 간 어른들은 어떤 방법으로 세상살이를 가르치려는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 방법은 오직 ‘아이들에게 맡겨두는 것’ 이상의 길을 찾지 못했다. 유치원 선생을 하는 동안나는 아이들 안에서 ‘배움의 힘’을 보았다. 아이들은 놀 때 열중하고몰입한다. 다투고 싸우기도 하지만 소통하고 타협하며 도전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했다.
작가 류시화는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 했다. 경험자들을 안내자 삼아 그들의 가르침과 조언에 매달려 살아가는것보다 자신이 삶의 실체와 만날 때 결국 새로운 삶의 길을 알게 된다.‘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이 좋다.아이들의 시간을 어른들이 빼앗고 아이들의 배움에 지나친 간섭이 많았다. 그 빼앗은 시간에 다그치면서 가르친 정보들은 이제 차고 넘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많은 데이터를 아이들에게 밀어 넣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기술적 재주를 습득하기 위한 교육의 비중을 낮추고보다 포괄적으로 종합적인 삶의 기술을 배워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변화에 대처하는 상황 판단력과 낯선 상황에서의 적응력을 키워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우선이라 제안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배우는지, 어떻게 배우는지,아이들의 놀이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유치원 아이들과 지내며 기억에 남는 놀이들을 떠올려서 그들이 배웠던 삶의 기술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물론 나의 해석이다. 나는 이 놀이 안에 담긴 여러 상황들을 아이들처럼 알지 못한다. 때로는 너무 오래전 놀이들이라 기억의 오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용기를 낸 것은 아이들의 놀이를 이해하고 싶어서이다. 때로는 나의 해석이 어긋나고 지나친 비약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들만의 놀이 안에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한 사람의 진중한 고민으로 전해졌으면 한다.
2013년 ‘유치원교실의 협력적인 상호작용’, 2017년 ‘유치원교실의존중받는 상호작용’에 이어 세 번째로 전하는 유치원교실의 이야기다.학생들이 읽는다면 아이들의 놀이를 이해하는 정도로, 교사들이 읽는다면 아이들의 놀이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 그리고 부모들이 읽는다면 아이들이 놀게 두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데도움이 되는 정도면 좋겠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저 아이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싶은 나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내 책과 강의에 주인공이 되어주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나와 같이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글을 정리해 준 율리아 작가와 도서출판 공동체 가족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2020. 12.
저자 씀
01 내가 놀 거야! 9
02 미운 언니들 19
03 무지개 물고기의 친구들 27
04 정리하지 마세요 33
05 공룡 꼬리 43
06 윈도우 브러시 51
07 보라색 양파 61
08 무대 뒤의 아이들 71
09 세 아이와 자동차 83
10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 91
11 아빠놀이 99
12 같은 것끼리만 107
13 1학년, 쉬는 시간 115
14 아빠의 편지 123
15 착한 거짓말 131
16 콩쥐네 141
17 새끼 고양이 149
18 어미 새의 죽음 159
19 해바라기 169
20 땅속 세상 177
21 비 오는 날 187
22 숫자 더하기 197
23 새 적목 209
24 2001년, 911 테러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