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예술가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매일 삶의 공간에서 예술 혹은 예술적인 것을 만나고 소비합니다. 과학과 예술은 경계를 넘어 우리의 일상에 더 깊이 파고들어 와 있습니다. 우리는 더 얇고 선명한 화면으로 TV를 보고 세련된 디자인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사진이나 이모티콘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예술작품이 프린팅된 컵으로 차를 마시며 가정용 인공지능과 대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상도 삶도 변화가 빠릅니다.
  우리 대학 유아교육과 학사학위과정에서는 ‘유아예술교육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강좌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다섯 번째 해를 맞습니다. 미술, 음악, 무용 등 광범위한 예술영역을 아우르면서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던 이유는 예술 간 영역의 경계 넘기를 위함입니다. 경계를 넘고 융합하여 예상하지 못한 새로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시대에 ‘학교’에서 예술을 영역별로 달리 교육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예술영역 간, 과학과 예술 간, 작가와 관객의 경계를 넘은 예술작품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유아예술교육의 통합적 접근’을 강의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단 교재가 없었습니다. 매 학기 강의내용과 방향을 다시 만들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 주요 교육방향일 때도 있었고 드라마 활동으로 통합예술활동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저자들은 ‘유아가 예술작품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가?’, ‘유아는 작품에 대한 감흥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면서 우리 저자들이 우리의 방식과 언어로 대답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유아의 인지적 능력 확장과 잠재력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하거나 예술교육의 방법론을 차용하는 것은 예술교육의 중요한 의미와 역할입니다. 동시에 예술작품에서 감흥을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몸, 소리, 움직임, 표정 등으로 표현하는 것, 즉 예술(작품) 그 자체를 위한 예술교육의 의미와 역할을 살려내는 것은 예술교육의 도구적 목적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 저자들은 유아예술교육의 통합적인 접근을 위하여 ‘예술작품에 대한 유아의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유아에게 예술은 작품을 통한 구체적인 경험입니다. 유아는 예술작품을 생활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탐색하면서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사고를 가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유아가 예술작품과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는 과정으로 ‘아름다움 찾아보기’, ‘예술작품 감상하기’ 관련 활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에서는 작품에 대한 탐색과 감상을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작품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움을 찾고 느끼는 경험이 일상적·감각적으로 충분하게 주어진다면 유아의 자연스러운 예술표현이 놀이처럼 일어날 것 입니다. 예술표현은 자연발생적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6장에서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아름다움 찾아보기’와 ‘예술작품 감상하기’를 통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기’를 하는 예술교육 과정을 두 작품의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저자들이 유아예술교육에 대해 가지는 중요한 전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예술(작품)에 관련된 충분한 개인적 경험입니다. 유아의 개인적인 느낌과 사고가 다양한 감각적 활동으로 외현화(外現化)된 것이 음악 표현, 미술 표현, 움직임과 춤 표현, 극놀이 표현입니다. 유아의 예술 표현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지라도 유아교육기관의 교사는 예술표현활동의 계획과 실행에 종종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대학에서 예술을 교과별로 배웠던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아교육 현장에서 예술교과는 종종 인지교과의 학습과 능력 향상을 위한 도구로서 부수적인 활동 정도로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6장에서 음악, 미술, 움직임과 춤, 극놀이 등 예술표현활동의 계획과 실행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교수- 학습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극놀이는 대소집단 활동 사례로 동시 짓기, 이야기 짓기와 같은 문학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1장에서 5장까지 음악, 미술, 움직임과 춤, 극놀이 등 각 예술영역 활동이 개정 누리과정에 근거하여 어떻게 활동으로 편성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 예술영역의 지도원리를 실제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해하여 연습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극놀이 표현의 교육 실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언어 및 문학적 특성을 포함하고 있는 극놀이 활동의 편성과 운영 등 교육접근을 용이하도록 하였습니다. 음악, 미술, 움직임과 춤의 각 장에는 예술활동에 대한 연령별 기대를 포함하였습니다. 예술활동의 실행과 관찰을 위한 기준선 정도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각 예술영역이 통합되어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의 실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수학 중인 예비유아교사는 물론이고 유아교육기관의 현직교사도 음악, 미술, 움직임과 춤 등 각 예술영역을 쉽게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였습니다. 1장에서 5장까지의 각 예술영역별 활동 실제는 6장의 통합예술 활동을 위한 연습과정이기도 합니다. 대학에서 예비교사를 가르치는 강의에서는 각 장의 실제를 충실하게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직교사가 이 책을 보신다면 각 예술영역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교수방법이 있는지를 판단해 보고 교실에 적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통합예술교육의 실제를 통해 유아가 교실에서 예술작품을 어떻게 만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교사 자신의 예술 통합교육과정을 상상하고 실현해 보기를 제안합니다.

2021년 2월
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