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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도서

유치원 교실의 

존중받는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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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생활하고 내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말을 했다.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선생님과 엄마의 이름으로….

가르치는 도구로 말은 중요하다. 가르침의 대부분이 교사와 아이들의 음성언어에 의한 소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말귀가 더딘 유치원 아이들과 생활하는 선생님은 다양한 어휘를 끄집어 낸 표현으로 아이들을 이해시킨다.

그 말이, 아이들의 일상을 리드하고 생각을 개념화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해 세상의 이치를 밝힌다.

가르치는 역할로 40여 년을 지냈다. 나의 말이 아이들의 삶에 얼마 만큼의 변화를 불러왔는지 이제야 돌아본다.

 

성장에 도움이 됐을까? 바른 세상을 열어주었을까? 무엇을 가르쳤을까? 얼마나 공감했을까? 세상을 깨달았을까? 그 아이들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행복한가?

문득 지난 시절의 열정 어린 나를, 아이들에게 쏟아냈던 무수한 말을 되짚는다.

혹시 나의 말이 억압은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는 아니었을까? 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은 이루어졌을까?

나의 말에, 나의 질문에, 나의 설명에, 나의 지시에,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들의 마음이나 제대로 알고 말을 건넸을까?

한 노 시인은 평생 함께 살아온 자신의 시들에게 잘못을 고하는 시를 썼다.

 

여러 세대에 걸치는

소수의 진정한 독자들

그들의 가슴을 관통하기엔

참담할 만치 화살이 허약한 게 아닌지

시적 진실성의 함량미달로

친구인 시인들에게

환멸을 끼칠 일은 아닌지

시인이여

우리는 시에게 잘못하는 일이 많다

하면 오늘밤 각자의 시 앞에

속죄의 등불을 켜고

새벽녘까지 천년처럼 긴 밤을

피땀으로 고뇌하며

시의 참 배필로 있자


- 김남조(2007). 귀중한 오늘

시에게 잘못함(p. 42) 中

 

노 시인의 마음일까, 선생의 길을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고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다. 교사가 되려는 후학들과 교사의 길을 걷는 후배들을 생각하며 나의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유치원 상황을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재해석하였다. 그 과정에는 선생으로살아온 나의 경험이 사례로 제시되었다. 현장에서 겪은 상황과 대화를 바탕으로 젊은 교사시절의 내 모습을 투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등장하는 선생들은 가상 인물임을 밝힌다.

사례와 선생님들의 말을 재해석하는 데는 선생으로서 살아온 나의 시간과 경험이 만들어 낸 삶의 숙성에서 시작되었다. 그 사이사이 읽은 책들, 상호작용, 특히 심리학을 기저로 발간된 감정과 상처치유의 이론들, 사람들과의 관계, 교육과정에서 언어가 주는 위력,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致와 선善의 길로 인도하는 여러 책들이 그 바탕을 이룬다. 물론 교육계에 종사하는 주변 분들과의 대화 안에서 재해석의 기준을 재정립하였다.

재해석의 중심은 ‘아이들에 대한 존중’이다. 요즘 사람들은 삶의 가치를 물질 축적과 경쟁에서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의 소중함도 잊은 채,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삶의 본질까지 잊고 있다. 그렇게 성장한 어른들이 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어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강요한다. 아이들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잠시 멈추어 나를, 주변을 둘러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알아야 세상에 당당히 용기 낼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도록 돕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자기 삶을 살아낸다. 세상과 만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상황, 자연의 현상을 만나면서 자기의 욕구와 욕망을 조절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타인에 이끌려 살아가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책임 있게 살아가는 삶의 주체자로 우뚝서게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바로 알고, 삶에 가치 있는 일, 즉 베품, 온유, 배려, 나눔, 기여, 감사, 존중에 대해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세상의 선을 이룸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덕목인지 깨닫기 원하는 마음을 담아 상호작용의 사례로 풀어놓는다.

사례에 담긴 아이들의 반응과 이야기는 나의 오랜 교육경험에서 얻은 추측으로 독자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아이들과의 잦은 만남과 대화과정에서 교사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과 삶의 가치를 무엇에 두는지 살피고, 아이들의 마음을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집이다. 이 책을 읽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말과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사례의 내용으로 교사가 각각의 견해를 나누고 논의하면서 한층 성장하기를, 또 예비교사들은 아이들과 나누는 상호작용의 기술을 배워 아이들의 현명한 길잡이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2013년 유치원교실의 협력적인 상호작용을 출간하여 교사와 유아의 상호작용 사례와 scaffolding의 이론을 함께 소개했다. scaffolding은 비고츠키 학파의 근접발달 이론과 그 안에서 성공적인 이론과 사례를 안내하며 유아들의 발달을 돕는 상호작용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scaffolding과 내용을 연계하고자 한다. 유치원교실에서 협력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아이들의 자존감과 책임감, 교사와의 신뢰,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교사의 정서적 지원의 상호작용이 필요함을 발견하였다. 그에 따라 이 책의 출판 이유는 교사와 아이들 간 상호존중의 분위기를 만드는 상호작용을 안내하여 궁극적으로 유치원 교실에서 성공적인 scaffolding이 가능하도록 돕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 책과 이전 출판된(유치원교실의 협력적인 상호작용, 2013)을 연계하여 읽는 것이 도움될 것으로 본다.

내가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논문을 쓸 때, 최고의 협력자는 항상 나의 제자들이다. 또 유치원교실의 아이들과 대학의 제자들이 주인공이다. 늘 부족한 선생이었던 나를 성장시킨 제자들과 지난 시간에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나의 울퉁불퉁한 글을 가지런히 정리해 준 작가 율리아와 도서출판 공동체 김동훈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7. 2. 저자 씀

 

01 존중받는 아이들

    1. 모두가 존중받는 교실 : 키가 큰 하승이

    2. 존중이 만드는 협력

    3. 존중을 배우는 수업 : 속상한 팥쥐

 

02 나는 소중한 존재 : 건강한 자아인식

    1. 긍정의 면 찾아 말 건네기

    2. 아이와 선생님, 서로 신뢰하기

    3. 노력과 기여에 집중하기

    4. 칭찬의 함정

 

03 내 마음까지 들어주세요 : 이야기 뒤에 숨은 메시지

    1. 지도를 위한 말의 함정

    2. 숨은 메시지 발견하기

    3. 공감을 말로 하기

 

04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요

    1. 문제해결의 단계와 상호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