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모든 자녀들의 눈에 비치는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고 강한 사람입니다. 아이들의 눈에 부모들은 운전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며, 무엇이든 살 수 있을 만큼 돈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어 자신의 부모처럼 유능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자녀들은 성장하면서 부모들의 부족한 점과 무능한 점을 보게 되고 자신의 부모가 사회적으로는 강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자녀가 청소년이 되어가면 부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게 되거나, 더 나가 반항하기도 합니다. 자녀들에게 좀 더 훌륭한 부모, 완벽한 부모가 되지 못한 부모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낳으면 갖게 되는 지위입니다. 모든 부모가 부모로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은 아니며, ‘완벽한 부모’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를 낳은 후 부모로서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것입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거듭되는 선택의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으며, 자녀와 관련된 선택이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의 옳고 그름만을 주장한다면 자녀와 소통할 수 없게 되고 때로는 심리적으로 단절되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고 그 속에서 가족도 다양한 형태와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도 변화하는 사회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기능과 역할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가치와 이상도 변화하고 있으며, 가부장적이었던 가족문화가 바뀌면서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에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친밀감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해 주는 역할은 여전히 가족의 중심가치이기도 합니다. 그 역할을 실천하고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은 부모의 몫입니다.

   부모가 양육의 모델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히 일이지만, 좋은 모델을 전달하고 부적절한 모델은 단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일이 생각하고 결심한 것만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보, 지식, 기술을 익히고 배워야 합니다.

   이 책은 예비부모들이 비효율적인 양육 모델과 결별하고 사회의 변화 속에서 효율적인 부모역할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저술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재직하는 학교에서 몇 년 동안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현대사회와 부모’의 강의자료들을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현대사회와 부모’를 수강하고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었던 예비부모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책에 흔쾌히 사진을 제공해 준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을 한다며 부모님께 언제나 걱정만 끼치고 살아왔습니다. 많은 좋은 미덕을 모범으로 보여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바쁜 중에도 책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조언을 해준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늘 바쁜 직장맘 엄마와 함께 숨가쁘게 지내며 성장한 두 자녀, 승환과 선우에게 고맙다는 말과 깊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7년 8월

구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