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한지도 벌써 삼십 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사회복지학에 매료되어 공부하고 실천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헤아리게 되고, 세상살이가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제 오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럼에도 내 인생의 가장 큰 의미는 사회복지사의 삶을 선택하고 이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온 것이다.

  교수이기 전에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로서 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고 나니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고민하고 씨름하면서 글쓰기에 매달리다 이제 작은 결실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다. 탈고를 하면서 그간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내심 후련한 마음이 든다. 한편으론 글의 내용과 짜임새가 부족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이 또한 미래의 후학들에게 넘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군사회복지는 군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의 한 갈래(분야)이다. 서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회복지의 주요 분야로 간주하여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군에서 활동해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의 분야는 인간의 생애주기 및 주요 복지대상과 현장을 고려하여 분류된다. 생애주기를 반영한 아동⋅청소년복지와 가족복지 및 노인복지를 비롯하여, 복지대상과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장애인복지, 정신건강사회복지, 의료사회복지, 여성복지, 산업복지, 학교사회복지 등이 있다.
  사회복지의 한 분야로서 군사회복지는 넓게 보면 군과 관련한 제반 복지정책이나 제도, 시책까지 포괄하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좁게 보면 군 구성원인 군인과 가족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복지전문직(사회복지사)이 개입하는 전문 사회복지실천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군사회복지의 역사는 주로 군과 관련한 전문 사회복지사들의 활동을 의미한다.
  군사회복지가 추구하는 목적은 한마디로 국방력 강화에 있다. 사회복지의 현장 분류로 보면, 군사회복지는 일차현장이 아닌 이차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사회복지의 목적과 기능이 주가 되기보다는 군의 본래적 목적이 우선 강조되는 현장이다. 따라서 군사회복지는 군의 존재목적인 국방력 강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기여해야 하고, 군사회복지사들도 이 목적을 위해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군 구성원들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군 복지정책을 수립하여 기초복지(소득, 주거, 의료, 교육 등)를 튼튼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군 복지정책 담당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과 시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사회복지전문직도 군 구성원을 위한 복지제도를 입안하거나 기존 제도를 개선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군사회복지의 역사는 사회복지사들이 군대 내부와 지역사회에서 군 구성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전문적으로 활동한 실천의 역사이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궁극적으로 군의 일차 목적인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고, 군 구성원들로 하여금 주어진 임무와 명예, 자부심을 유지하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해 왔다.
  따라서 군사회복지는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적 활동을 의미하는 ‘군사회복지실천’을 떠나서는 제대로 된 이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사회복지의 한 분야라는 역사적 당위성마저 희석될 수 있다. 군사회복지실천이야말로 군사회복지의 산 역사이며, 군사회복지사들이 군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명분이자, 지금도 계속되는 직업적 정체성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군사회복지에 대한 개념과 관점이 상당히 혼재되어 있다. 군사회복지사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역할 정체성 논란도 여전하다. 군 복지정책이나 시책을 강조하는 군사회복지가 우선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전문 군사회복지실천은 제 위치를 벗어나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 또한 군 복지정책이 갖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군 복지정책과 제도(소득, 교육, 주거 등)는 군 조직의 특성상 여러 관련자나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적으로 접근해야 할 포괄적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복지전문직이 일관성 있게 강조해야 할 것은 서구 군사회복지의 역사에서 분명히 드러나듯, 군사회복지는 군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들의 생활상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적 실천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현재 우리 사회에서 군사회복지에 관심 있는 학자 및 실천가들이 기꺼이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다소 걸려도 군사회복지실천의 의미와 중요성이 확산되고, 군 내부와 지역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제 역할을 찾아갈 때 정책 활동과 옹호와 같은 거시적 접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군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두 가지 과제를 깊이 고민해 왔다. 이 점이 필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첫째, 군사회복지는 군 구성원을 위한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적인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다시 말하면, 군사회복지는 관련 제도와 정책을 포괄하되, 전문적인 군사회복지실천이 근간이라는 점을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둘째, 군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적 혼란을 줄이고, 군사회복지사들의 전문적 개입에 대한 일정한 준거를 제시하여 활발한 논의를 시작하고 싶었다. 이 과제에 대한 답은 몇 사람 혹은 몇 권의 책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필자가 제시하는 군사회복지실천의 준거가 앞으로 관련 학자 및 실천가의 논의를 확대하는 소중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의 제목은 『군사회복지실천론-강점관점의 적용』이다. 책 제목에서 함축하고 있듯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담고 있다. 첫째, 군사회복지실천의 개념적 틀과 실천범위, 군사회복지사들의 전문적 활동을 담고 있다. 필자가 과거 미8군에서 군사회복지사로 활동한 경험이 최근의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군사회복지실천의 기본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군사회복지사들이 관심을 갖고 개입하는 문제의 양상과 개입방법이 다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군사회복지실천에 강점관점을 적용하는 이유와 그 대안적 방법을 담고 있다. 최근 외국에서 출간된 군사회복지 자료들을 보면 강점관점을 반영한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 사회복지실천의 흐름이 강점지향으로 변화된 측면도 있지만, 군대와 군 구성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군인과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주변인이나 취약한 사람들이 아니며, 오히려 강한 정신력과 자부심, 명예를 소중히 하면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강인한 사람들이다. 문제나 병리, 약점, 혹은 취약성에 근거한 개입이나 활동은 군대조직이나 군 구성원의 본질적 특성과 잘 맞지 않는다. 군 문화의 유능성과 긍정성, 군인과 가족원의 역량, 탄력성 혹은 레질리언스를 강화하는 강점관점의 적용이야 말로 향후 군사회복지실천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이 필자가 지난 2년 반 동안 고민하고 씨름한 부분이며, 기존에 출간된 군사회복지 서적들과 차별화되는 이 책만의 특성이자 강점인 셈이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군사회복지실천의 토대를 기술하였다. 군사회복지실천의 개념적 이해 및 역사, 그리고 군사회복지실천의 학문적 특수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군사회복지실천과 강점관점의 만남을 큰 주제로 다루었다. 강점관점의 특징과 유용성을 살펴본 후, 이에 기초하여 기존 군대문화 및 군인과 가족원의 생존방식을 유능성, 긍정성, 성장, 탄력성의 맥락에서 검토하였다. 아울러 군인과 가족을 위한 강점관점의 필요성과 실천의 기본 틀을 제시하였다. 3부에서는 군대문화의 유능성과 탄력성 강화를 위한 군사회복지실천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실천의 주요 대상인 병사, 직업군인, 군인가족과 함께 하는 강점관점의 실천방법을 소개하였다. 4부에서는 강점관점을 적용하는 군사회복지실천의 대상자 이슈를 살펴보았다. 군인의 자살 위험성과 외상의 이슈, 군인가족의 가정폭력 및 물질남용의 이슈, 실천의 윤리적 이슈에 대해 군사회복지사의 전문적 개입을 중심으로 제시하였다. 끝으로 5부에서는 군사회복지실천의 전문가 이슈 및 미래 전망을 기술하였다. 즉, 군사회복지사들이 군 조직에서 경험하는 공감피로의 실태 및 이에 대한 개입방법을 다루었으며, 미래사회 군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향후 군사회복지실천의 대응방향을 제시하였다.
  글을 쓰는 작업은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일정한 책임이 뒤따르고 아쉬움도 있는 작업이다. 이 책은 과거 필자가 군사회복지사로서 실천한 경험과 한국군사회복지학회에서 활동한 경험, 그리고 교수로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많은 관련 자료를 참조하고 평소 생각을 정리하여 완성하였다. 또한 연구윤리를 준수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음에도 혹 필자의 무지와 실수로 인해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된다면 차후에 꼭 보완할 예정이다.
  이 책은 군사회복지론을 강의하는 교수와 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 그리고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군사회복지사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익혀 생애 직업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현재 군사회복지사로서 군대 및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이 책은 최근 군사회복지실천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군사회복지사의 다양한 역할 및 활동에 대한 학문적⋅실천적 준거를 제시해 줌으로써 전문가들로 하여금 시대 변화에 맞는 실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유익한 지침이 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부족한 필자의 삶을 인도하시고 함께 해주신 나의 주 하나님께 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 사랑하는 남편과 하루하루 기쁨의 원천인 사랑하는 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다른 교과목에 비해 출발이 늦고 갈 길이 멀지만, 희망과 가능성을 믿고 흔쾌하게 출판을 허락해 주신 공동체 출판사의 김동훈 사장님과 김동근 전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정성을 다해 편집 및 교정을 해주시고 유익한 정보를 주신 편집부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 한 권의 책이 마중물이 되어 군사회복지사들이 군에 배치되고 당당하고 명예롭게 활동하는 그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많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군사회복지 교과목이 개설되어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18년 3월
저자 박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