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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서 ‘7명 중 1명, 2세 미만 때 사교육 시작… 고달픈 한국 영유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내용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대만, 미국, 핀란드 5개국 2∼5세 학부모 총 1,436명의 설문조사를 분석한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 결과였다. 우리나라 2∼5세 아동의 평균 취침시간은 9시간 53분으로,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많이 자는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이 5개국 중에서 가장 늦게 잠을 자고 가장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우리나라 아이들 7명 중 1명(14.2%)은 만 2세 미만에 사교육을 시작할 만큼 조기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영유아기가 참으로 고달프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돌도 지나기 전에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고, 어린이집이라는 건물 공간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머무를 때가 많다. 두 살 정도 되면 가정방문 학습지를 하고, 각 종 놀이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도 있다. 다섯 살쯤 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조금 일찍 마치고 나와서 태권도, 피아노, 수영 등 각종 학원에 다니거나 집으로 찾아오는 가정방문 학습지 선생님을 만나 한글공부, 영어공부를 하면서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모든 일정은 자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엄마가 ‘하라고’ 해서 선택된 일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유아교육기관에 있는 동안만은 실컷 놀고 누구 눈치 보는 일 없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천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러한 고민과 노력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 주자는 “생태유아교육”의 이름으로 한국 유아교육 현장을 변화시켜 왔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유아교육 현장을 돌아보면, 아이의 건강과 행복보다는 가르칠 내용과 방법에 더 집중해 왔다. 아이는 교사가 계획하고 준비하고 제시하는 대로 따라오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아이들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희생당하고, 현재의 놀 권리를 침해당하고, 기본적인 놀이욕구와 자유본능을 존중받지 못한 채 너무나 아름다워야 할 영유아기를 유아교육기관 안에서 힘겹게 보내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놀 줄 알고,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창조적 존재이다. 아이는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와의 관계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이자 자연의 본성을 지닌 자연의 일부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생태유아교육에서 바라보는 아이 모습이자 교육의 모습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유아교육기관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는 마음으로 기획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유아교육기관에서 지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말은 아이들의 영유아기가 거의 유아교육기관 경험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깊숙이 아이들의 유아교육기관 내에서의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유아교육기관 내에서의 삶을 들여다보는 한 예로, 다소 저돌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유아들의 서로 다른 두 모습”이라는 책 제목을 붙여보았다. 1부는 흔한 첫 번째 이야기다. 우리나라 유아교육기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삶을, ‘노란반’이라는 학급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2부는 전혀 다른 두 번째 이야기다. 저자들이 그동안 고민하고 실천해 온 생태유아교육기관 아이들의 삶을 ‘파란반’을 중심으로 제시하였다. 두 사례 모두 아이들이 유아교육기관에 등원해서부터 가정으로 귀가하기까지의 일상적 사례를 시간과 공간, 놀잇감의 흐름으로 살펴본 것이다. 책에 사용된 사례는, 저자 중 한 명인 서영희의 2008년 박사학위논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논문이 발행된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여러 번 교육과정이 개정되었지만, 아이들의 삶은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2012년 누리과정 제정 이후 하루 1시간의 바깥놀이를 반드시 하라는 내용이 명시되면서 실외활동 시간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교사가 계획한 활동을,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규칙대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일상은 바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한된 공간에서 교사주도적 활동과 수업에 시달리는 노란반 아이들의 삶과, 숲과 마을과 유아교육기관을 넘나들면서 자연과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스스로 놀이를 찾아 노는 파란반 아이들의 삶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절감하면서 그동안 저자들의 게으름으로 책을 출판하지 못함을 반성하며, 지금에서 비로소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보여준 파란반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아이들의 놀이본능과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한다. 아이 스스로 잘 해내리라는 믿음보다는, 아이가 놀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많은 교사가 가르치고 지도하는데 더 많은 열정을 쏟아온 게 우리 유아교육의 현실이다. 교사도, 부모도, 우리 사회도,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렸으면 한다.
아이들의 영유아기는 건강하고 행복하면 된다. 먼 훗날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유아기를 기억하며 그때 참 잘 놀았지, 그때 참 행복했었지 하며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가슴이 따뜻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유아교육기관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져야 한다. 유아교육기관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거나 보낼 준비를 하는 부모들과, 유아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인 교사들과, 유아교육과정이나 유아교육정책을 고민하는 연구자와 행정가들이 함께 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이 책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한 영유아기를 위해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가장 고마운 이들은 이 책의 사례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이다. 열심히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기관을 열어주고 아이들과 만나게 해준 여러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책의 출판계획을 듣고 같이 의논하며 멋진 삽화를 그려준 최지연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도서출판 공동체 김동훈 사장님과 부족한원고를 꼼꼼하게 편집해 준 직원 여러분의 수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18년 5월 5일
어린이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저자들이 함께 쓰다
프롤로그│ 대한민국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 부모가 선택한 기관에 따라 너무나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다
1부 흔한 첫 번째 이야기,노란반 아이들의 하루
1장 •정해진 시간에 따르는 아이들
“선생님 언제 놀아요?” : 할 일에 쫓기는 바쁜 아이들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고 : 교육과정 수업하고 또 특별활동 공부하고
2장 •정해진 공간에서 보내는 아이들
“지켜야 할 약속이 너무 많아요” : 교실 안에 갇힌 아이들
자유도 없고 선택도 없는 자유선택활동, 그것도 계획-실행-평가 순서대로
“바깥놀이요!” : 나가 놀고 싶은 아이들, 텅 빈 놀이터
3장 •제공된 놀잇감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넘쳐나는 상업화된 놀잇감, 가지고 놀게 없는 아이들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 시키는 대로, 안전하게
2부 전혀 다른 두 번째 이야기, 파란반 아이들의 하루
4장 •자유롭게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오늘은 뭘 할까?” : 느긋하게 하루를 즐기는 아이들 82
놀고 먹고 또 놀고 : 할 일도 하고 놀기도 실컷 논다 88
5장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는 아이들
등원하자마자 밖으로 : 주로 밖에서 노는 아이들 98
교실은 잠시 쉬어가는 곳, 놀이는 밖에서 104
6장 •스스로 만든 놀잇감을 맘대로 가지고 노는 하루
“내가 놀건 내가 만든다” : 놀잇감을 만들어 노는 아이들 112
숲은 보물창고예요 : 자연은 가장 좋은 놀이친구 117
에필로그│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유아기를 위해 이제 우리나라 영유아보육·교육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