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는 전 인류역사에서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물질문명의 급격한 진보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 이전 역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환경오염, 핵전쟁과 같은 인류 존립의 위기의식을 높이고 있다. 동력발전을 기초로 한 산업혁명으로 생산력 발전을 이룬 자본주의 경제는 두 번의 세계전쟁으로 폐허의 상처를 가져왔지만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돌파구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복지국가는 물질적 차원의 경제력 발전만큼 정신적 사유에서도 커다란 발전을 이루는 계기를 만들었다. 신분제와 종교로 고착화된 봉건제사회를 해체한 힘은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새로운 사유의 시작이었다. 이후 자유는 평등을 동반하게 되었고 자유, 평등, 인간 존엄의 가치를 나타내는 국가체제가 복지국가였다.
  그러나 30여 년간의 복지국가 황금기가 1970년대 세계경제위기로 무너지면서 유럽복지국가는 커다란 위기를 겪게 되고 신자유주의 이념의 발흥과 함께 새로운 재편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왔다. 자본주의경제의 짧은 역사만큼이나 그 태동과 경험도 짧을 수밖에 없었던 유럽 복지국가는 위기와 재편을 겪으면서 생계부양을 책임진 남성노동자만을 위한 성 차별적 기능에서 벗어나 여성의 개인적⋅사회적 권리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서비스’를 통해 여성의 역할을 지원⋅대체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회운동을 이끌어 온 계급운동은 남성노동자들의 몫이었지만 1960년대 후반 유럽에서 일어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 반핵운동 등의 신사회운동은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이후 여성들이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노동시장 진입이 이루어지면서 가사, 출산, 양육과 같은 가족 돌봄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유럽 복지국가들은 1980년대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사회서비스방식으로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들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실업, 질병, 노후, 산재 등과 같은 전통적 사회적 위험들은 사회보험으로 충분히 보장되고 있었으므로 가사, 양육 등을 개별 여성에게 부여된 고정된 역할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부양하는 새로운 사회보장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우리나라는 서구와는 판이하게 다른 자본주의 발전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져온 극심한 소득양극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이에 따라 가계소득을 위해 부부가 함께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출산, 양육, 가사 등의 가족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 논의가 확대되었고 2007년 본격적으로 사회서비스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1995년 ‘사회보장기본법’ 이 제정되고 2007년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가 도입⋅시행되는 과정에서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을 통해 사회서비스가 한국 사회보장제도로 공식화되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통해 사회서비스 산업화를 도모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제도적⋅정책적 보완이 필요 하다는 제언들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는 위로는 중앙정부에서부터 말단에 사회복지기관(시설)까지 하향식으로 지원하고 감독하는 공급자 중심 모델이지만, 사회서비스 바우처 방식 전달체계는 바우처 대상자가 서비스 제공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 모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때문에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중요한 핵심은 ‘품질’이다.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기관을 선택하는 기준도 품질이고 서비스에 대한 만족(효용)을 갖는 것도 품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회서비스 정책에서 품질향상을 위한 기제는 공급기관 간의 경쟁이다. 경쟁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다수일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2012년 8월부터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을 중심으로 4개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에 대해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등록제는 일정한 자격과 조건을 갖춘 사회서비스 공급자에게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사회서비스 공급자가 되기 위한 창업 기회가 만들어졌다. 사회서비스 제공과 훈련에 관해서는 각 지역별 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와 중간시장에 대한 이해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서비스사업 창업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문서가 없어 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가 많이 알려지고 있으나 사회서비스사업 창업은 생소한 분야이다. 때문에 이 책에서 일반적인 창업 관련 사항들을 다루면서 정부가 사회서비스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산업화⋅시장화’에 중점을 두었으며, 사회적경제의 한 분야로서 사회서비스가 갖는 특성과 기능들에 대해서 다루었다. 특히 이 책의 사회서비스사업 창업은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사업 중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에 맞추고 있다.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과 관련한 재정과 지방자치단체 사업 분야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서비스사업은 특성상 여성들의 진입이 많은 분야이다. 때문에 여성 고용 및 창업과 관련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이 책을 집필하는 사이 그동안 계속되어 온 ‘사회서비스진흥원(공단)’ 설립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보육과 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설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을 발의했다. ‘사회서비스원’ 사업 범위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사회복지시설 운영, 각종 서비스 제공,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설립과 설치, 운영 등 재무⋅회계⋅법무⋅노무 등에 대한 상담 및 자문, 지역 내 사회서비스 질 제고 관련 연구⋅개발, 지역 내 사회서비스 수급계획 수립지원, 사회복지사 등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과 고용 안정성 향상을 위한 사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설립될 사회서비스원이 이러한 방대한 사업을 통해 또 다른 관주도의 민간기관 통제를 위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및 신설 국⋅공립사회복지시설 직접운영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체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사회서비스원의 주요 기능은 시설운영이 아닌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사회서비스 노동자 처우 개선이라고 본다. 더 많은 논의들이 있을 터이지만 아무쪼록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발전을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많은 역할을 하고, 또 전문적인 사회서비스 공급기관들이 세워져서 더욱 향상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사회서비스사업 창업에 관한 전문서를 발간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공동체 출판사 김동근 전무님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수고해 주신 공동체 가족 여러분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이 사회적경제와 중간시장 조성을 위한 거름이 되고 사회서비스 관련 전공자와 실무자 그리고 사회서비스사업을 창업하려는 전문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2018. 6.
祉山 정관영 씀